드론 날리고, 스트레스 날렸다

관리자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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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ookbang.dema.mil.kr/newsWeb/20190118/1/BBSMSTR_000000100060/view.do

육군36사단 드론 동아리 ‘플라잉 백호’

   
지난해 4월 평창동계올림픽  경계작전에서 드론 운용 계기  8명이 모인 게 동아리의 시작  
여군 최초로 드론 조종자격증 딴  윤희영 중사를 포함해 21명 소속  “팀워크·집중력 향상에 좋아”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 맺고  
36사단을 드론교육센터 시범 부대로  향후 전장서 이용될 가능성에 주목  장병들의 드론 조종자격증 취득 도와  올해 60명의 ‘드론 전사’ 양성 계획

       
드론 배틀 중인 ‘플라잉 백호’ 동아리 회원들. 무게 1㎏, 지름 40㎝ 크기의 드론 볼을 지름 60㎝ 크기의 골문에 넣으면 1점을 얻는다. 사진=조용학 기자 드론 배틀 중인 ‘플라잉 백호’ 동아리 회원들. 무게 1㎏, 지름 40㎝ 크기의 드론 볼을 지름 60㎝ 크기의 골문에 넣으면 1점을 얻는다. 사진=조용학 기자
 

   
언감생심(焉敢生心). 사실 생각만으로도 사치였던 시절이 있었다. 통일성이 강조되는 군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따로 한다는 건 말이다. 일과 후 생활관에 둘러앉아 전우들과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정도가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군대도 변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발산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동아리 활동이다. 학점 따기, 취업 준비로 대학가에서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만, 오히려 ‘군대(軍大)’에서는 군 생활의 활력을 더해주는 작은 쉼표이자 끈끈한 전우애의 산실로 사랑받고 있다. 실제 2006년 도입 당시 11개 부대를 대상으로 시작한 국방부의 병영 문화예술 체험교육은 올해 47억 원을 투입, 336개 부대 장병들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누릴 전망이다. 이에 국방일보는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매월 전·후방 각급 부대 동아리를 찾아간다. 국방부 병영 문화예술 체험교육뿐만 아니라 부대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 중인 동아리도 대상이다.  
   
첫 회 포문은 레포츠는 물론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주목받는 드론으로 똘똘 뭉친 육군36사단 ‘플라잉 백호’ 장병들이 힘차게 연다. 


1㎏ 드론볼이 펼치는 전투   

“경기 시작 5초 전! 5! 4! 3! 2! 1!”    

수요일이었던 지난 10일 오후 육군36사단 내 드론실내경기장. 사단 대정보장교 사무엘(33) 대위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팽팽했던 공기를 가르자, 숨죽여 때를 기다리던 드론 2개 편대 10대가 일순 ‘위윙~’ 굉음을 발산하며 공중부양했다. 드론 배틀이 시작된 것이다.    

“경기는 가로 20m, 세로 10m 경기장 안에서 5대5로 나눠 3분 동안 진행합니다. 드론 볼이 들어갈 때마다 1점을 얻고, 군 경기에서는 센터 라인에 있는 2개의 중앙 진지를 최종 점령한 드론 볼에 각각 2점씩 부여합니다. 일반 축구 경기처럼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가 있는데 드론 배틀은 공격수가 조종하는 드론 볼만 골로 인정하는 룰이 있습니다.”(사무엘 대위)    

주변에서 체력단련 중이던 용사들도 소리를 듣고 경기장 펜스로 몰려들었다. ‘윙~위윙~~~’ 파란색, 빨간색 LED 발광 띠를 두른 1㎏짜리 드론 볼들이 추력을 높여 빠른 속도로 상대 골문으로 돌진하거나, 강력한 수비에 막혀 기체끼리 충돌해 추락할 때면 함성과 탄성이 엇갈렸다.    

현란한 회전력으로 상대 드론 볼을 따돌리고 지름 40㎝ 크기의 공격수 드론 볼이 지름 60㎝ 크기의 골문을 통과할 때는 아슬아슬함에 절로 손에 땀이 쥐어졌다. 영화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 등 SF영화에서 등장한 드론봇 군단의 실사판 같기도 하고, ‘해리포터’ 속 퀴디치 게임과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드론 배틀 무식자인 기자도 순식간에 빠져들 만큼 박진감 넘쳤던 3분간의 전투는 청팀의 승리로 끝났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용사들은 온라인 게임 못지않은 몰입도에 놀라움을 표했다. 본부대 김대준(23) 병장은 “드론 경기를 처음 접했는데 신선했고, 박진감 넘치는 공중전이 ‘에어라이더’라는 게임 같았다”고 했고, 김도현(24) 상병도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축구를 하면서 자라는 브라질이 축구 강국이 됐듯, 우리나라도 드론 배틀을 생활스포츠로 즐기면서 드론 강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기 관람 소감을 밝혔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드론. 이 작은 물체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됐을 때 느끼는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회원들의 이구동성이다. 사진=조용학 기자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드론. 이 작은 물체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됐을 때 느끼는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회원들의 이구동성이다. 사진=조용학 기자 

부대 소통, 집중력, 가정… 드론으로 통한다    

‘플라잉 백호’가 결성된 건 지난해 4월이다. 부대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계작전에서 드론을 운용한 것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붐을 타고 초창기 멤버 8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드사모(드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전신이다. 동아리 이름에는 사단을 상징하는 백호의 기상으로 웅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재 회원은 21명. 대부분 간부이고, 용사도 일부 있다. 여군 최초의 드론 조종자격증 취득자로 국내 언론에 소개된 윤희영 중사(현재 육군56사단 소속)도 이 동아리 출신이다.    

고가의 드론 장비를 개인이 구매해야 하는 까닭에 접근이 쉽지 않은 데 반해 정말 좋아하는 정예들이 모이다 보니 어떤 동아리보다 끈끈하고 소통도 활발한 편이라고.    

어릴 때부터 품고 있던 드론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 부대에서 ‘드론계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정비대 통신수리관 염성호(40) 중사가 회장이고, 법무참모 송태근(31) 대위가 자발적으로 총무를 맡아 투명하고 엄정한 회계관리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상편집이 취미인 회원은 홍보 영상을 만들고, 언변이 좋은 회원은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모두가 주인정신으로 동아리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제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언제 법무참모님을 만나겠어요?(웃음). 정기 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후 체력단련 시간을 이용하는데 멀리 횡성·대관령에서도 옵니다. ‘사부’인 대한드론축구협회 장완근 강원지부장님이 고급 기술을 가르쳐 주러 부대에 오시거든요. 덕분에 부서와 계급을 뛰어넘어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은 물론 팀워크와 집중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입니다. 무엇보다 기혼자들은 가정에 더 충실해졌어요. 카드결제 승인(?)도 받아야 하고, 개인 시간도 양해를 구해야 하니까 평소에 잘하게 되더라고요.”(염성호 중사)

 
   

       
‘드론계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육군36사단 염성호 중사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전송되는 영상을 고글로 확인하며 조종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드론계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육군36사단 염성호 중사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전송되는 영상을 고글로 확인하며 조종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나날이 성장하는 기량만큼 회원들의 꿈도 커가고 있다. 홍일점 회원인 신교대 분대장 조희(29) 중사는 “큰 대회에서 4강에 들면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도 달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가입했는데 8강에 그쳐 아쉬웠지만, 조종간을 잡을수록 매력을 느껴 지금은 ‘여군 드론 교관’을 목표로 각종 자격증 획득과 기량 향상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전에 투입될 ‘드론 전사’ 양성  
   
‘플라잉 백호’는 결성된 지 만 1년도 안 돼 국내 정상급 드론축구단 자리를 넘보는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지난해 10월 육군본부 주관으로 열린 제1회 육군참모총장배 드론경연대회에서 ‘드론 배틀’ 부문 준우승, ‘드론 클래쉬’ 3위, ‘드론 레이싱’ 부문 5위, ‘베스트 드레서 우수부대’ 등을 휩쓸었고, 전주에서 열린 한국국토정보공사배 전국 드론축구대회에서는 주목할 루키(신인상)로 선정돼 데뷔 연도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동대대장 등 27명이 드론 조종자격증을 취득했고, 18명이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장완근 강원지부장은 “전국에 약 300개의 동아리가 있고 민간 대회에 나가면 다 만나는데, 제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것 같다”며 급발전한 제자들의 기량을 은유적으로 칭찬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과를 거둔 요인으로는 회원들의 열정과 함께 부대의 든든한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모형항공협회, 국제드론안전보안협회 등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장병들의 드론 조종자격증 취득을 적극 돕는 한편 지난해 12월 육군 최초로 사단에 설치된 드론실내경기장에서 개장식과 함께 드론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붐’ 조성과 동아리 운영의 추진력을 동시에 마련해 줬다.  
   
“우리 부대는 평창올림픽 지원 당시 정선 일대의 험준한 산맥으로 출입이 제한되는 지형에서 실제 드론을 활용해 정찰활동을 하면서 향후 전장에서의 드론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정책적으로 드론 전사 양성을 적극 지원해왔습니다. 이 같은 부대의 성과를 눈여겨 본 육군에서 드론봇 전투체계와 맞물려 36사단을 중부지방 ‘드론교육센터’ 시범 설치부대로 선정해 당장 올해 자격증 취득반과 작전운용반 각 5개 기수 30명씩, 총 60명의 드론 전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명실공히 우리 사단이 드론 전사 양성의 전당이 되는 거죠.”(정보참모 김연중 중령)  
   
플라잉 백호는 올해 더 큰 비상을 준비 중이다. 상반기 개최 예정인 제2회 육군참모총장배 드론경연대회에서 지난해 아깝게 놓친 ‘드론 배틀’ 우승컵을 가져오는 것이 1차 목표!  
   
“드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전출이나 훈련 등으로 전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단단한 팀워크로 전군을 넘어 국내 최정상급 드론동아리로 우뚝 서 육군의 이름을 빛내겠습니다.” (염 중사)  글=송현숙 / 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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